친구 같은 부부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당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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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 집에서 밥을 먹었다.

먹으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일어섰다. 가만 생각해보니, 고맙다는 이야기도 안했다.

'나는 언제부터, 이 밥상을 당연하게 여기게 됐을까.' 설거지를 하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 저 사람에게 건넨 말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고 미안했다. 



결혼생활이 오래 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해주는 작은 것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커피 한 잔 내려줘도 감사했고, 먼저 전화해줘도 반가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저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다. 기대가 생기고,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서운함이 된다. 고마움은 사라지고, 불만이 자리를 채운다. 

나는 언제부터 이 사람의 수고를 공기처럼 여기게 됐을까. 공기는 없어질 때야 비로소 소중함을 안다고 하는데,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친구 사이를 생각해보면 확연히 다르다. 친구가 밥 한 끼 사주면 "고마워"라고 말한다. 연락이 오면, 반갑다고 한다. 오래 못 봤다가 만나면 "잘 지냈어?" 하고 먼저 묻는다. 친구에게는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조금만 해줘도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 배우자에게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버려서, 많이 해줘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부부 사이에서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기술이나 노력이 아니라, 그 단순한 '감사함'인지도 모른다.



'당연함'은 소리 없이 쌓인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오늘 말 안 해도 내일 말하면 되겠지, 저 사람은 알아서 이해해줄 거야, 굳이 설명 안 해도 되겠지 — 이런 생각들이 날마다 조금씩 쌓이면서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두꺼운 벽이 된다. 

이 벽은 싸움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침묵으로, 무심함으로 만들어진다. 큰 다툼 한 번 없이 사이가 멀어진 부부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친구 같은 부부가 된다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닌 것 같다. 밥 먹고 나서 "맛있었어"라고 한 마디 하는 것, 먼저 자려다가 "오늘 힘들었지"라고 묻는 것,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지만, 여전히 그 사람을 처음 보듯 새로 보려는 마음 — 이런 작은 것들이 하루하루 쌓여서 오래된 부부를 친구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당신은 오늘 배우자에게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말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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