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인다는 의미
암에 걸린 지인이 본인에게 주어진 상황을 담담하게 표현한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담겨 있을지 — 밤새 뒤척였을 날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냐고 천장을 향해 물었을 순간들, 그리고 마침내 그 질문을 거두어들인 어느 새벽이 떠올랐다.
받아들인다는 건, 포기가 아니다.
나는 지인과 통화를 마치고 한동안 그 말을 곱씹으면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용기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들
살다 보면 내 손으로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린 시절엔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세게 쥐려 했다. 관계도, 건강도, 시간도 — 마치 충분히 노력하면 전부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그 환상이 하나씩 걷히기 시작했다.
세상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준비가 되어 있든 그렇지 않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멀쩡하던 몸이 갑자기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어제까지 당연하던 것들이 오늘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진짜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 흐름에 어떤 자세로 서 있느냐, 뿐일지도 모른다.
생로병사가 고해(苦海)라는 말
어릴 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옛날 어른들이 쓰는 말인 줄 알았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 — 삶 자체가 고통의 바다라는 뜻. 너무 무겁고, 너무 어둡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읽힌다.
이 말은 삶을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삶의 실체를 직시하라는 말인 것 같다. 고통이 예외가 아니라 삶의 일부임을 미리 알아두는 것 — 그 앎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 지인은 그걸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순간에야 비로소 몸으로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통화를 끊고 나서 나는 한참을 창밖을 바라봤다. 겨울이 끝나가는 하늘이었다. 아직 차가웠지만, 어딘가 빛이 달라진 것 같은 그 계절의 경계.
받아들인다는 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더 이상 싸우지 않는 게 아니라, 싸울 대상을 바꾸는 것. 피할 수 없는 현실과 싸우는 대신, 그 현실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것.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안에서 나다운 자리를 찾는 것.
그 지인은 지금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마치며 — 그분에게
이 글을 쓰는 동안, 그분을 생각했다.
직접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사실이 때로는 무력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 마음만큼은 전하고 싶다.
당신이 보여준 그 담담함이, 저에게는 깊은 가르침이었습니다.
주위의 거의 모든 분들이 돌아가셔서 질병과 죽음에 관하여 담담하던 나에게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한 사람의 큰 용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몸도, 마음도 평안하시길. 봄이 오면 따뜻한 햇살이 당신 곁에 오래 머물기를, 조용히 기원합니다. 🕊
삶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삶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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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그대로 두는 것에 대하여
"— 삶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그대로 두는 것에 대하여
"받아들인다."
암에 걸린 지인이 본인에게 주어진 상황을 담담하게 표현한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암에 걸린 지인이 본인에게 주어진 상황을 담담하게 표현한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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