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방 쓰는 부부, 소원해진 걸까 편해진 걸까?



누군가는 위기의 신호라 하고, 누군가는 최고의 선택이라 한다.  어느 게 맞는 것일가? 각방의 의미를 들여다보았다.


친구 부부가 각방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이가 안 좋아진 건 아닐까,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막상 그 친구한테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 뜻밖이었다.

"아니, 오히려 요즘이 제일 편해. 밤에 뒤척여도 눈치 안 봐도 되고, 아침에 알람 때문에 싸울 일도 없고."

그 말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각방, 이제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예전에는 각방을 쓴다고 하면 주변에서 대번에 "무슨 일 있어?" 하며 걱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같은 침대, 같은 이불을 공유하는 것이 부부의 당연한 모습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했으니까. 그런데 요즘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각방을 선택하는 부부가 꽤 많아졌고, 그것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라는 개념이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다. 서로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에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고. 이름이 좀 센 것과는 달리, 내용은 꽤 합리적이다.



각방을 선택하는 이유들

각방을 시작하게 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역시 코골이다. 한쪽이 심하게 코를 골거나, 서로 수면 시간대가 크게 다르거나, 한 명은 창문을 열고 자야 하는데 다른 한 명은 절대 안 된다거나. 이런 작은 차이들이 쌓이면 밤마다 전쟁이 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예민해지고, 예민해지면 낮에도 티격태격하기 쉽다.

아이가 생긴 뒤로 자연스럽게 각방이 된 경우도 많다. 처음엔 임시방편으로 시작했다가 그게 그냥 루틴이 된 것. 혹은 재택근무가 늘면서 낮에 같은 공간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밤만큼은 각자의 공간이 필요해진 경우도 있다.



각방은 나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관계가 멀어진 결과로 각방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각방 덕분에 관계가 오히려 좋아졌다고 말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같이 자면 서로 못 자고, 못 자면 짜증이 쌓이고, 짜증이 쌓이면 엉뚱한 데서 싸웠어요. 각방 쓰고 나서 아침이 훨씬 평화로워졌어요."

수면의 질이 올라가면 감정 조절이 쉬워지고, 상대방에게 더 여유 있게 대할 수 있게 된다. 이건 그냥 감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수면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오는 결론이다. 잘 자는 사람이 관계에서도 덜 예민하다.

무엇보다, 각방을 쓴다고 해서 정서적 친밀감까지 각방을 쓰는 건 아니다. 낮에 같이 밥 먹고, 대화하고, 웃는 시간이 여전히 있다면 그 관계는 충분히 건강할 수 있다.



언제 각방이 '경고 신호'가 되는가

물론 무조건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각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각방과 함께 오는 다른 변화들을 살펴야 한다.

대화가 줄어들고, 함께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상대가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이 없어지기 시작한다면 — 각방이 단순한 수면 분리가 아니라 감정적 단절의 신호일 수 있다. 공간이 분리된 것보다, 마음이 분리된 것이 더 문제다.

잠자리를 나눈 뒤 나누는 대화가 "오늘 뭐 먹을까", "청구서 냈어?" 수준으로만 남아 있다면, 한 번쯤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각방을 잘 쓰는 방법이 있을까

각방을 선택한다면, 몇 가지를 미리 이야기해두는 것이 좋다. 침묵 속에 자연스럽게 각방이 시작된 경우, 한쪽이 거부당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서로의 수면을 위한 선택이라는 걸 명확하게 해두면 오해가 줄어든다.

그리고 각방을 쓰더라도 함께하는 루틴을 의식적으로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 짧게 대화하는 시간, 주말 아침 같이 커피 한 잔, 잠깐이라도 같은 소파에 앉아 이야기 나누기. 공간이 나뉘어도 시간을 의도적으로 함께 쓰면 정서적 거리는 생각보다 멀어지지 않는다.



결국, 정답은 없다

같이 자는 게 맞는 부부도 있고, 각방이 훨씬 더 잘 맞는 부부도 있다.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서로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가다.

각방을 쓰면서도 매일 아침 문자 하나 보내는 부부가 있고, 같은 침대에 있으면서 몇 달째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못 한 부부도 있다. 관계를 지탱하는 건 침대의 개수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다.

처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던 그 친구 부부는, 각방을 쓴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이가 좋다. 오히려 요즘이 제일 편하다고 했다. 


각방이 답이 아닐 수도 있고, 최선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선택을 같이 했는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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