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1번, 당신은 무엇을 적으셨나요?
얼마 전,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 나 버킷리스트 만들었다. 1번이 뭔지 알아?"
머냐?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이프랑 기차 타고 전국 일주. 정해진 거 없이, 내리고 싶으면 내리는 거."
이 글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다소 철학적이면서, 자유로움과 소박함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딱히 바쁠 것도 없는 애가, 이런 꿈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거창하지 않은 이 꿈이, 제 마음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버킷리스트, 이 나이에 무슨 소용이냐 싶으셨나요
버킷리스트라는 말 자체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하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 같고, 나이 든 사람이 꿈 타령 하는 것도 좀 멋쩍은 것 같고. "이 나이에 뭘 또"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젊을 때는 "언젠가 꼭 해봐야지" 하며 미뤘다면, 지금은 "이제 안 하면, 못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게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솔직해지는 과정이더라고요. 내가 뭘 원하는 사람인지, 이제야 좀 아는 듯 합니다.
친구의 소박한 꿈을 보고, 저도 이룰 수 있겠다싶었습니다. 역시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맞는 듯 합니다. 그래서, 작은 꿈 하나를 생각했습니다. 비밀스러운, 소박한 작은 꿈.
1번 칸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막상 써보려고 하면, 손이 잘 안 움직입니다.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은데, 정작 1번 칸 앞에서 멈춰집니다. "너무 엉뚱한 거 아닌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긴 한가" 하다 보면 어느새 지워버립니다. 그렇게 지우다 보면 빈 칸으로 남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버킷리스트 1번은 가장 그럴듯한 것을 쓰는 칸이 아니라, 가장 솔직한 것을 쓰는 칸이라고.
손자 녀석이랑 단둘이 낚시 한번 가보기, 젊을 때 배우다 때려친 기타 다시 잡기, 아직 못 가본 백두산, 딱 한 번만 일등석 타고 어디든 가보기 등등. 이런 것들이 왜 1번이 되면 안 됩니까. 크기보다는, 진심이 중요합니다.
쓰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작입니다
버킷리스트를 쓰다 보면, 묘한 일이 생깁니다.
아직 이루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인데, "나한테는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느낌이 생깁니다. 그게 버킷리스트의 진짜 힘인 것 같습니다. 꿈을 이루는 것뿐 아니라, 꿈을 갖는 것 자체가 우리를 살아있게 합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오늘, 딱 한 줄만 써보십시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종이도 필요 없습니다. 지금 손에 있는 핸드폰 메모장이면 됩니다. 딱 한 줄, 이렇게 시작해보십시오.
"버킷리스트 1번 :"
그 뒤에 뭐가 오든, 그것이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당신의 마음입니다.
기차 여행을 1번에 적은 그 친구 녀석은, 아내한테 슬쩍 핸드폰을 내밀었답니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기차 시간표를 검색했다고 합니다. 그걸로 충분했다고, 친구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오늘, 작고 소박한 1번을 작성하였습니다. 2번까지 작성하는 것은, 저에게는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1번 한 개로,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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