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갑작스러운 투병, 간병하는 배우자의 마음 돌보기

 

다시 만나는 나

어느 날 갑자기, 삶이 바뀌었습니다.

멀쩡하던 남편이 쓰러졌습니다. 아니면 아무 이상 없어 보이던 아내가, 검사 결과지를 들고 울먹이며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부터 우리의 일상은 조용히, 그러나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약 이름을 외우게 되고, 밤새 옆에서 숨소리를 듣다 날이 밝는 날들이 생겨납니다. 아픈 배우자를 돌보는 일. 그 일이 지금 당신의 하루 전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간병은 사랑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간병은 분명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수십 년을 함께한 사람, 내 삶의 반쪽이 아픈데 곁에 있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간병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지칠까." "더 잘해줘야 하는데, 왜 짜증이 날까." "이런 마음을 품다니, 나는 나쁜 사람인 걸까."

아닙니다.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지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간병은 몸만 쓰는 일이 아닙니다. 마음도, 감정도, 때로는 오랫동안 품어온 미래에 대한 꿈도 함께 소진되는 일입니다. 2년, 3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무게입니다.



간병인의 마음에 쌓이는 것들

배우자를 간병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무섭습니다."

내가 쓰러지면 저 사람은 어떻게 하나. 그 책임감이 오히려 자신을 더 몰아붙이게 만듭니다.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병원 다녀오느라 내 몸의 이상 신호를 외면하고, 잠도 깊이 못 자면서 스스로를 갈아 넣습니다.

또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외롭습니다."

자녀들은 바쁘고, 친구들은 위로는 해주지만 매번 같은 이야기를 꺼내기가 미안합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말을 줄이게 되고, 혼자 감당하게 됩니다. 그 외로움은 생각보다 깊습니다.

"치료가 잘 될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불안이 떠나지 않습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의 불안은 특히 잠들기 전에 찾아옵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매일 밤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간병하는 나를, 먼저 돌봐야 합니다

비행기를 타면 승무원이 이런 말을 합니다. "산소마스크는 본인이 먼저 착용하신 후, 옆 사람을 도와주세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느끼셨을지 모릅니다. 내 아이가,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먼저인데. 하지만 이 말은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쓰러지면, 아무도 돌볼 수 없습니다.

간병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30분은 나를 위해 쓰세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앉아 있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짧은 산책을 하는 것. 아주 작은 시간이지만, 그 30분이 당신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출구를 만드세요

일기를 써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힘들었던 것, 속상했던 것, 고마웠던 것을 글로 쓰다 보면 머릿속에서 엉킨 감정이 조금씩 풀립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됩니다. 나 스스로를 위한 글이면 충분합니다.

"도움이 필요해"라고 말해보세요

우리 세대는 특히 도움을 청하는 것을 어려워하십니다. 폐를 끼치는 것 같고, 약해 보이는 것 같아서. 하지만 도움을 받는 것은 약함이 아닙니다. 지혜입니다.

자녀에게, 가까운 지인에게, 혹은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에 손을 내밀어 보세요. 지금은 그래도 됩니다.



아픈 배우자와의 관계, 어떻게 유지할까요

간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배우자가 '환자'로만 보이기 시작할 때가 있습니다. 약은 먹었는지, 상태는 어떤지, 오늘 식사는 했는지. 그러다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간병인과 환자'로만 남는 것 같아 마음이 서글퍼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작은 것들을 기억해 주세요.

함께 좋아하던 드라마를 틀어놓고 나란히 앉아 있는 것. 예전에 즐겨 가던 음식점 이야기를 꺼내는 것. 오늘 날씨가 좋다고, 창밖의 꽃이 피었다고 말을 건네는 것.

병이 생겼다고 해서 두 사람이 걸어온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십 년의 이야기가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 있습니다. 그 온기를 작은 일상 속에서 조금씩 찾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용기입니다

간병 우울증, 혹은 간병 번아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래 간병을 하신 분들 중에 우울감, 무기력함, 심한 불안을 경험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몸이 감기에 걸리듯, 마음도 지치면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 복지센터, 노인 돌봄 지원 서비스, 가족 상담 프로그램 등 주변에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연락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한 번의 상담이 전혀 다른 숨통을 틔워드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당신이 오늘도 곁을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것은 이미 충분한 사랑입니다.

완벽하게 돌볼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 지쳐서 혼자 울어도 괜찮습니다. 힘들다고 말해도 됩니다. 모든 걸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배우자의 병이 당신의 삶 전부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오늘 하루 조금이라도 당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어주세요.

당신도 충분히, 돌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 글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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