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면, '권위'부터 내려놓으세요
저도 착각하고 살았습니다.
항상 아이들을 보면,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이미 성인으로서, 독립적으로 잘 살고있는데도 말이지요. 괜히 한마디 하고 싶고, 살림 방식도 눈에 걸리고, 손주 키우는 걸 간섭하고 싶은 마음.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나한테 뭔가 물어볼 때, 답을 정해놓고 물어보는 것 같아."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의견을 묻는 척하면서 사실은 동의를 구하고 있었던 거죠. 그게 제가 가진 '권위'의 방식이었습니다. 크게 목소리를 높이거나 윽박지르는 형태가 아니라, 은근하게 내 기준을 관철시키는 방식. 아이는 그걸 느끼고 있었고, 저만 몰랐던 겁니다.
권위는 꼭 무서운 얼굴을 하고 오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나는 권위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거나 큰소리를 치는 부모가 아니라면 괜찮다고 여기는 거죠.
그런데 권위는 생각보다 조용한 모습으로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부드럽게 고개를 젓는 것.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조언. 자녀가 선택을 이야기할 때 표정부터 바뀌는 것. 혹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온몸으로 못마땅함을 표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권위인 듯 합니다. 말의 형태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작동하는 힘의 방향이거든요.
자녀가 우리와 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가 나쁜 부모여서가 아닙니다. 우리 앞에서, 틀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입니다.
친구처럼 지낸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자녀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친구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떠올려보면 꽤 다릅니다.
친구한테는 내 의견을 말하더라도 상대가 다른 선택을 해도 별로 서운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실수를 해도 "그러게 내가 뭐랬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힘들다고 할 때 해결책부터 들이밀지 않고, 일단 "많이 힘들었겠다"는 말을 먼저 건넵니다.
자녀한테는요?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자녀에게 친구처럼 대해주고 싶지만 그 결과는 부모의 기준에 맞았으면 하는 마음이 함께 붙어 있습니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친구처럼 지낸다는 건, 결국 상대의 선택을 내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권위를 내려놓는다고 부모 자리를 잃는 게 아닙니다
권위를 내려놓으라고 하면 어떤 분들은 이렇게 걱정합니다. "그럼 내가 그냥 봉이 되는 건가요? 아무 말도 못 하고 다 맞춰줘야 하나요?"
아닙니다. 그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권위를 내려놓는다는 건, 내 의견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 의견이 곧 정답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내려놓는 겁니다. 말할 수 있습니다. 걱정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말이 전달된 이후에는, 선택권을 온전히 자녀에게 돌려주는 것. 그게 차이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렇게 할 때 자녀는 오히려 더 자주 부모의 말을 듣고 싶어합니다. 들어야 해서가 아니라, 듣고 싶어서.
먼저 말을 걸어보십시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오늘 자녀에게 전화를 한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 어때?" 라고 묻되, 대답이 돌아왔을 때 조언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보세요. 그냥 "그렇구나"라고만 해도 됩니다. "많이 힘들겠다"고만 해도 됩니다.
처음엔 어색할 수 있습니다.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이게 맞나 싶은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색함을 견디고 나면, 자녀의 목소리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방어하지 않는 말투. 조금 더 솔직해지는 이야기. 끊기 전에 한마디 더 하게 되는 통화.
그게 시작입니다.
권위를 내려놓는 건 쉽지도 않고, 또 한 번에 되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분명한 건, 내가 먼저 손을 펴야 상대도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겁니다.
자녀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면, 그 첫걸음은 내가 옳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하는 듯 합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닿았으면 합니다. 부모도 연습하면서 나아가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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