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직업적 특성으로, 사람보다는 책하고 시간을 주로 보낸다. 하루에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없으면, 좀 힘들다. 사람들하고 술, 식사, 커피도 같이 마시고 지내지만, 혼자 책이나 논문의 내용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이 즐겁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친구 하나는 집에 혼자 있으면 10분을 못 버틴다고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무언가 시간이 아까운 거 같고 불안하다고. 처음엔 그 말의 의미가 이해가 안 됐는데, 들을수록 그 친구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혼자 있는 게 왜 그렇게 힘든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 남자들 중에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가져본 사람이 많지 않다. 젊었을 때는 일, 술자리, 회식. 집에 오면 아이들, 주말엔 또 이런저런 일. 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다는 게 오히려 낯선 풍경이었다.
그러다 퇴직을 하거나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나면, 갑자기 시간이 넘쳐난다. 그 시간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조용한 게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자꾸 그 시간을 채우려 한다. 누군가한테 전화하거나, 괜한 약속을 잡거나, TV를 틀어놓거나.
혼자 있는 시간을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불편한 가장 큰 이유는 그 시간을 '뭔가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그냥 둔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으로 그냥 놔둔다. 멍하니 창밖을 봐도 되고, 별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져도 되고, 괜히 오래된 기억 하나가 올라와도 그냥 두면 된다. 그게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시간이 쌓여야 내 안이 좀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채우려 하지 않으면, 그 시간이 생각보다 편안하다.
"나는 뭘 좋아하더라"를 알게 되는 시간
혼자 있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된다. 새벽 기간이 좋다는 것, 글 쓰다가 막혔을 때 산책하면 풀린다는 것, 오래된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
이런 걸 아는 게 사소해 보여도, 사실 꽤 중요하다. 나를 달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거니까.
바쁘게 살다 보면 이런 걸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있는 시간은 그걸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엔 5분부터
혼자 있는 게 불편한 사람한테, 1 시간을 혼자 보내라고 하면 힘들다.
그냥 5분부터 시작하면 된다. 커피 한 잔 들고 TV 끄고 그냥 앉아 있는 것. 폰도 잠깐 내려놓고.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두면 된다. 그 어색함이 좀 익숙해지면, 10분이 되고, 30분이 된다.
억지로 뭔가를 즐기려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 시간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혼자 있는 시간 덕분에, 나에 대하여 좀 더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할 때 마음이 편한지, 어떤 상황에서 예민해지는지.
그게 쌓이면 자기 자신이랑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자기 자신이랑 편한 사람이, 옆에 있는 사람한테도 더 여유롭게 대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아직 불편하다면, 그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다. 잘못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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