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담담한 마음
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라는 게, 내 인생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몰랐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칭찬 한마디에 들떳고, 신났다. 이렇게 사는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느냐가, 내 존재의 무게였던 시절이었다.
담담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말을 무시하지 않는다. 다만 흔들리지 않는다. 그 차이가 중요하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남의 평가를 참고는 하되 그것이 나를 정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나를 보는 눈, 그것이 먼저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칭찬에도 과하게 부풀지 않고 비판에도 과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이미 서 있기 때문이다.
자기객관화라는 게 거창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별것 아니다. 내가 오늘 한 일을 저녁에 조용히 돌아보는 것, 내가 틀렸을 때 남 탓보다 내 탓을 먼저 살피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자신을 바라보다 보면, 남의 말이 들어올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가 자연히 구분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담담한 마음은, 결국 놓아주는 마음이기도 하다.
받아들이되 붙잡지 않는다. 좋은 말도, 나쁜 말도, 들어왔다가 흘러가도록 둔다. 억지로 지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하는 것이다. 마음에 집착이 없으면 상처도 덜 깊이 박힌다. 기쁨도 슬픔도, 가볍게 통과한다.
이게 무심함이나 냉담함과는 다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받아들이고, 그러나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이해하는, 놓아주는 마음이다.
80년대 후반, 하이닉스반도체에 다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현대그룹 계열사였는데, 사내 어딘가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담담한 마음을 가집시다.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들 것입니다."
정주영 회장의 어록으로 알려진 말이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다. 젊은 사람이 담담하게 살면 뭔가 손해 보는 것 같고, 열정이 없는 것 같아서 그 말이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 문장을 읽으면, 새삼 무게가 느껴진다.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이 세 가지가 모두 담담함에서 온다고 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판단을 바르게 하고, 내면의 기준이 삶을 굳세게 하고, 잡음에 휘둘리지 않는 고요함이 생각을 맑게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 말을 그때 제대로 새겼더라면, 좀 더 편하게 살았을까. 아마, 그건 모를 일이다.
나이 들면서 남의 평가가 둔감해지는 것은, 내 안에 나름의 기준이 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평가는 파도와 같다. 밀려왔다가, 빠져나간다. 그 파도가 크건 작건, 해변은 결국 그 자리에 있다. 내가 스스로 세운 기준이 그 해변이다. 파도에 씻기기도 하고 때로 모양이 바뀌기도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담담하다는 건 파도를 막는 게 아니다. 파도가 와도 쓸려가지 않을 만큼, 내 발이 땅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이 자리에 서서, 제 갈 길을 간다. 저는 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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