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부부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치명적인 말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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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나서, 멀어지는 부부들이 꽤 있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그럭저럭 잘 지냈는데, 막상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게 되니 오히려 사이가 멀어지더라는 거죠. 왜 그럴까요.

저는, 그 이유 중 상당 부분이 말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다 보면, 말이 굳어집니다. 상대를 배려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입에 밴 말을 하게 되는 거죠. 이 습관이 직장생활 할때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각자 바쁘니까요. 그런데 은퇴 후에는, 그 말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딪힙니다.



"이것도 몰라?"

사소한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 한 마디는 상대를 비참하게 만듭니다. 특히 디지털 기기나 새로운 문물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자에게 이런 말을 반복하면, 그 사람은 점점 물어보는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물어보지 않으면 대화가 줄고, 대화가 줄면 함께 있어도 외로워집니다.

배우자가 사회생활을 한다면 좀 나은데, 살림만 하시던 분들은 모르는 게 당연한 겁니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모르는 데 아는 체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입니다.

이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그 말을 던집니다. 오래 살았으니,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착각 때문에.



"내가 예전에 말했잖아"

기억력은, 나이가 들수록 누구에게나 흐릿해집니다. 남편도,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왜 몰라"라는 식의 말은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고, 괜히 죄인처럼 느끼게 합니다.

문제는, 이 말이 소통을 막는 겁니다. '기억 못 한 것'을 지적하는 데서 대화가 멈추고, 정작 필요한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게 됩니다. 이미 지나간 말을 붙들고 있기보다는, 지금 다시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당신은 맨날 그래"

'맨날', '항상', '언제나'. 이런 단어들은,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말 중 하나입니다. 한두 번의 실수를, 인격으로 고정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한 번 나쁜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그 사람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닌데, 이 표현들은 그렇게 못 박아버립니다.

은퇴 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말이 더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반복될수록, 상대는 변하려는 의지를 잃어갑니다. '어차피 내가 뭘 해도 맨날 그렇다고 할 텐데'라는 생각이 자리 잡히면, 관계는 서서히 굳어버립니다.



침묵도 말입니다

소리 없는 말습관도 있습니다. 상대가 말을 걸어도 핸드폰만 보는 것, 밥을 먹으면서 TV만 바라보는 것, 물어봐도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것. 이런 것들이 쌓이면, 상대는 점점 말을 걸기가 어려워집니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함께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마음이 닿아야, 함께 있는 겁니다.



말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수십 년 살면서 굳어진 것들이니까요. 그래서 상대에게 바뀌라고 요구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내 말을 한 번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가 배우자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그 말이 상대를 슬프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은퇴 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깁니다. 그 시간을 누구와 어떤 말을 나누며 사느냐가, 남은 삶의 온도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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