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화기를 내리는 차 한 잔의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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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좀 화가 날 때가 있다. 

어지간해서는, 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 화를 내는 것이, 감정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말이지 참기 힘든 상황도 생겨난다. 

예전에, 태국 방콕의 한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할 때 였다. 비자서류가 잘 준비되었냐고 대학담당자에게 물었을 때, 잘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곳 사람들의 문화적 특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이민국에 10번을 더 방문해서 비자문제를 해결했다.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었다. 

 화 내서 무엇하랴. 

이 때, 화를 누그렸던 방법은 간단했다. 보이차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이열치열이란 말이 생각나서 마셨다.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서 있는데, 마음속이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찻물을 따르고,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뜨거운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향이 천천히 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온기와 향 속에 잠깐 머물렀을 뿐인데, 조금 전까지 가슴 어딘가에 꽉 막혀 있던 것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처음으로 '지금 그 순간'에만 있었다. 아까 있었던 일도, 내일 해야 할 일도 아닌, 그냥 따뜻한 잔 하나를 쥐고 서 있는 순간.



세월이 가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화는 대부분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내가 지쳐 있을 때, 또는 내 마음속에 오래 쌓인 무언가가 작은 불씨를 만나 타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젊을 때는, 그걸 몰랐다. 화가 나면 원인이 밖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설득하면 된다고 믿었다. 

지금은, 화의 뿌리가 생각보다 훨씬 안쪽에 있다는 걸 안다. 그러고 보면, 화가 날 때 누군가를 향해 말을 쏟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차 한 잔을 끓이는 그 짧은 시간이 그 역할을 해준다. 주전자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몸이 먼저 알아채고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명상이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자세를 취하거나 눈을 감고 오래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내가 경험한 명상은 훨씬 소박하다. 

따뜻한 찻잔을 손에 쥐고, 창밖의 저녁 하늘을 잠깐 바라보는 것. 맛을 천천히 느끼면서, 지금 이 순간 내 몸 어디가 긴장되어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어깨가 올라가 있지는 않은지, 턱에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그것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몸은 조금씩 풀린다. 

거창한 수련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에게 잠깐 돌아오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명상이다.



그날 밤, 차를 다 마시고 나서 해탈을 하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차 한 잔이 나를 먼저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고, 그 부드러움이 마음의 평정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들 삶에서, 내가 먼저 부드러워지는 그 짧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꼇다. 




그 후로, 하루에 한 번은, 조용히 차를 끓이는 시간을 갖는다. 그냥 나를 위해 따뜻한 것을 한 잔 내리는 시간. 그 시간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그 자리에, 그 온기 안에 잠깐 머무는 것뿐이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세상이 조금 덜 각지게 느껴진다. 사람이 조금 덜 밉게 느껴지고, 너그러운 마음이 넘친다. 차 한 잔의 힘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선생님도 오늘, 잠깐 멈추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드시는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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