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분담 다시 짜기: 이제 남편도 주방과 친해져야 할 때
은퇴하고 나면, 보통 한동안은 그냥 쉰다. 수십 년을 밖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왔으니, 좀 쉬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점심때까지 자고 일어나서, 어슬렁거리다 TV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바깥에서 고생했으니, 이 정도 여유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내는 은퇴한 적이 없다는 것을. 회사 다니던 때도 집안일을 했고, 출장을 갔었던 때도 했고, 그리고 지금 집에서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내는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신랑만, 혼자 퇴직한 것이다. 그 사실이 어느 날 아침, 아내가 이른 시간부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문득 가슴에 꽂힌다.
사실, 우리 세대 남자들은 가사를 배운 적이 없다. 배울 기회도 없었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군대 다녀오고, 취직하고, 결혼하면 집안일은 자연스럽게 아내 몫이 되었다. 사회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게 역할 분담이라는 이유로 그냥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 시절엔, 그게 틀린 것만도 아니었다. 실제로 바빴고, 실제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유들이 사라졌다. 바쁜 회의도 없고, 야근도 없고, 출장도 없다. 아침에 어딘가를 서둘러 나가야 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은퇴 전에는 사정이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은퇴 후에도 똑같이 산다면, 그건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습관인 것이다.
꼭, 요리가 아니어도 된다. 빨래, 청소, 요리 중에서 딱 하나만 남편이 맡아서 하면 집안의 공기가 달라진다. 설거지, 청소, 아니면 빨래를 하나 담당하면 모든 게 OK다.
뭔가 하나를 분담하는 것, 이것이면 아내의 하루가 눈에 띄게 가벼워진다.
그 가벼움은 쌓인다. 아내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저녁 밥상 앞에서 나누는 말이 조금씩 늘어난다. 여지까지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다른 세계에 있었다면, 이제는 같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 이제는 제대로 된 동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제가 힌트를 드린다면, 빨래가 제일 쉽다.
정말 쉽다.
빨래를 널 때, 색깔을 맞추어 너는 것은 수학적 조화라 느낀다. 재미있다. 빨래를 개는 것은, 군대에서 하두 많이 한 것이라 아주 쉽게 잘 한다. 이것이, 내가 생존하는 방식이다.
처음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그냥 가는거다. 사회생활하는 것보다, 무지 쉽다. 지금 시작하시면 된다.
오늘 저녁, 딱 한 가지만 시작해보시기를 권유합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1. 아내의 외출이 잦아질 때, 남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https://jian-peace.blogspot.com/2026/04/blog-post_20.html
2. 배우자의 과거 실수를 자꾸 들추게 될 때의 심리
https://jian-peace.blogspot.com/2026/04/blog-post_9.html
3. 남편의 삼식이가 두려운 아내들을 위한 슬기로운 대처법
https://jian-peace.blogspot.com/2026/03/blog-post_28.html
* 초기화면의 왼쪽상단의 ☰을 눌르시면, 내용별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