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아침에 세면대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보았다. 오랬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거울 속 사람이, 나인지 그냥 배경인지 구분도 안 하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 속 그 사람이 좀 낯설어 보였다.
머리는 반백이고, 검버섯도 있고, 지쳐 보이는 눈이었다. 그 사람이 나였다. 정확히는, 내가 그동안 한 번도 말을 걸어본 적 없는 나였다.
나는, 여지껏 입을 가지고 살아왔다.
무엇을 설명하고, 누군가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말들로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에게는 한 번도 따뜻하게 말을 건네본 적이 없었다는 걸, 그날 거울 앞에서 처음 알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뭔가 잘못되면 '왜 그랬어', 뭔가 부족하면 '좀 더 해야지', 몸이 안 좋으면 '정신 차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들은 언제나 채찍질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남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말들을, 나 자신에게는 너무 쉽게 했다.
처음엔 어색했다.
거울을 보면서 속으로 말해보려는데, 뭔가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이런 말들이 입 안에서만 맴돌고, 나오질 않았다.
아마도, 우리 세대가 그렇게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칭찬은 남이 해주는 것이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는 건 어딘가 나약한 것처럼 여기며 자랐으니까. 꾹 참고, 앞만 보고, 버티는 게 미덕이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동안 내가, 나 자신에게 감독관이었지 내 편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냥 한마디씩 하고자 한다. 정확하게는, 생각하는 것이다.
"오늘 날씨 좋네, 잘 자고 일어났네." 아침에 커피 한 잔 내리면서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하루같애"라고 혼자 생각하는 것, 이것이,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이다.
가끔은 좀 더 진지하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잘 버텼어"라고.
그 말을 처음 속으로 중얼거렸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짧은 한마디가 그동안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말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말을, 결국 내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내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느슨해질까 봐, 게을러질까 봐, 한 번 풀어지면 다시 못 잡을까 봐, 계속 스스로를 다잡아 왔는디. 어차피 죽으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논문과 블로그글은 남겠지만.
블로그글은 정보성글로 써야, 광고주들이 붙는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간적인 글을 쓰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가고 있다는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성글이야 AI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인간적인 것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일수도 있고, 또 틀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생각을 따를 것이다.
각설하고, 따뜻한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 말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대단한 말일 필요는 없다.
"오늘도 일어났네." "오늘 하루도 즐겁게 살아보자." "몸 좀 챙겨." 이런 소박한 말들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그 말의 온도다. 나를 몰아붙이는 말이 아니라, 나를 안아주는 말. 기대하는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주는 말.
거울 속 그 사람은, 수십 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아침마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 이것이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작고 진실한 자기 돌봄이 아닐까.
오늘 아침도, 나는 거울 앞에 잠깐 섰다. 그리고 천천히, 속으로 말했다.
"오늘도 잘 해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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