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배우자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결혼한 지 좀 되셨지요?
결혼하신 지 30년, 40년, 혹은 50년이 넘으셨나요. 그 세월 동안, 배우자의 이름을 불러보신 게 몇 번이나 되시나요?
결혼 후, 어느 순간부터 이름을 잃어버린 분들도 계십니다. "여보", "당신", "어이", 아이가 생기면 "아빠",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면 그냥 말없이 눈빛으로만 통하게 됩니다. 이름 대신 역할이 남고, 역할 대신 침묵이 남습니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 사이의 침묵은, 때로 어떤 말보다 따뜻하니까요.
그렇지만 오늘 한 번, 배우자의 이름을 불러보시면 어떨까요?
이름을 부른다는 것의 의미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나는 지금 당신을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역할로만 서로를 대할 때, 우리는 사람 자체가 아닌 기능만을 보게 됩니다. 밥을 차려주는 사람, 돈을 벌어오는 사람... 기능이 본질보다 우선할 때,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외로운지 알 수 없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사람의 역할이 아니라 존재를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 이름을 혼자 되뇌어 봤던 그 감각을요. 그 이름 석 자 안에 설렘이 있었고, 기대가 있었고, 그 사람 전부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지금도 그 사람의 이름입니다.
50대 이후, 부부 사이가 가장 위험한 이유
자녀가 독립하고 나면, 많은 부부가 마주 앉아 있는 법을 잊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화의 주제가 늘 아이들이었고, 생활의 중심이 늘 아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떠난 자리에 우리 둘만 남았을 때, 그 공백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이 시기를, 전문가들은 '빈 둥지 증후군' 이후의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부부 사이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다시 연인처럼 가까워지거나, 남남처럼 멀어지거나.
그 갈림길에서 가장 작은 시작이, 바로 이름을 부르는 일입니다.
"진수 씨, 오늘 어땠어요?"
이 한 마디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그만큼 서로 멀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이 한 마디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색함이 당연합니다
처음 이름을 부를 때, 배우자가 깜짝 놀랄 수도 있습니다. 웃음이 나올 수도 있고, 괜히 쑥스러워서 "왜 그래, 갑자기" 또는 "너 미쳤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어색함이 오히려 증거입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게 얼마나 오래된 일인지, 그리고 그 행위가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의 증거.
어색함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랜 관계일수록, 어색함을 피하느라 정작 필요한 말을 못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익숙함이라는 이름 아래, 솔직함을 묻어버리는 것이죠.
이름을 한 번 불러보는 것, 그게 시작입니다.
오늘 저녁, 해볼 수 있는 것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밥상에서, 혹은 TV를 보다가, 자기 전에 불을 끄면서. 배우자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세요. 그냥 그 이름 자체로.
"민정 씨."
"태식 씨."
"○○아."
그리고, 잠깐 눈을 맞추세요. 아무 말 없어도 됩니다. 그 순간에는, 이런 말이 담겨 있습니다.
나 아직 여기 있어, 당신 옆에.
마지막으로
세월이 쌓일수록, 사랑은 덜 표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 안 해도 아니까.
그런데, 사람은 생각보다 외롭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 옆에서도, 외롭습니다. 특히 말이 없어지고, 이름이 사라지고, 역할만이 남았을 때.
오늘 하루, 배우자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세요.
그 사람이 아직도 당신에게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오늘의 관계는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서 그 사람은 꽃이 됩니다.
당신의 배우자, 오늘 이름이 몇 번이나 불렸나요?
* 꽃 (김춘수)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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