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자녀와 싸우지 않고 웃으며 헤어지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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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 밤, 나는 거실을 한 번 더 쓸었다. 가족만 잠깐 들리는 가벼운 자리였지만, 그냥 준비였다. 

오면 잘해줘야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오래된 마음.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명절이 긴장된다 한다. 애들이 커서 그런다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잔소리때문이라 했다. 애들이 오면 한마디 하는데, 자기가 말하면 아이의 표정이 굳는다나 뭐나.

오면 차가 막혀서 일찍 간다는 말에 친구는 아직 더 있다 가면 안 되냐고 했고, 그게 또 작은 상처가 된다했다.



원래 나는 내 스스로의 무능을 잘 알고 있기에, 조언을 하지 않는다. 지인이 하두 몇 번이나 요청해서, 다음과 같이 해보면 어떠겠냐고 넌지시 말했다. 

딱 한 가지만 바꿔라. 

애들에게 더 묻지 마라: 언제 아이 낳을 거냐, 요즘 회사는 어떠냐, 그쪽 부모님은 잘 계시냐. 이런 말들이 나한테는 그냥 안부인데, 아이들한테는 꽤 무거운 질문일 수도 있다. 

이 말을 듣고, 친구가 이번 명절에는 안 물어봤더니 아주 잘 지나갔다고 한다. 말이 줄었는데 오히려 웃음이 늘어났다고 한다. 신기한 일이었다고 하였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을 한 가득 부쳐놓고 "더 먹어라, 이것도 먹어봐라" 하면, 아이들은 이게 부담이될 수도 있다. 그냥 상 위에 올려놓고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하면 된다. 이거 너무 섭섭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게 편하다. 나도, 아이들도.



웃으며 헤어진다는 거, 별거 아니다. 배웅할 때, 차가 골목을 돌아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지 않는 것. 전화로 "어 잘 도착했어?" 한 마디 하고 더 붙잡지 않는 것. 명절이 끝난 후 며칠도 않되서, 문자로 "잘 지내지?" 하고 먼저 짧게 안부를 건네는 것. 크게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덜 하는 것들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조금의 여백를 남겨놓는 것, 이게 좋을 수도 있다.



명절이 오면 어떤 말을 덜 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오랜 세월 부모 노릇을 해온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이것인지도 모른다. 더 주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 이 작은 여백이, 생각보다 훨씬 따뜻한 명절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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