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선거철이 되면, 사람이 보입니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것들이, 이 때가 되면 보입니다. 어제까지 같은 편이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고, 오랫동안 쌓아온 관계가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걸 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무거워지는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걸 기회로 삼는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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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저는 이 질문을 생각해 왔습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답이 두렵습니다. 전쟁 중에 사람들이 저지른 일들, 권력 앞에서 인간이 선택한 것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온 이 땅에서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 안에서도,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잔인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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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직장을 잃은 사람에게 "그러게 왜 그랬어"라고 말하는 것. 병이 난 사람 곁에서 왜 평소에 관리를 안 했느냐고 하는 것.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를 안주거리 삼는 것. 이런 것들이 잔인함입니다.
칼을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탐진치(貪瞋癡)'로 설명합니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 인간의 잔인함은 대부분 이 3가지 뿌리에서 자랍니다.
내가 더 가지려는 욕심, 저 사람이 잘 되는 것에 대한 분노, 그리고, 내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이것이 합쳐질 때, 인간은 놀라울 만큼 차가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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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돌아보면 부끄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그래도 내가 났다'라고 안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순간이 칼을 든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결이 거칠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음공부란 아마 그 결을 스스로 느끼고,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반응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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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만은 지키고 싶습니다.
남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위를 밟는 짓은 하지 말자.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바라봐 주지 못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에게 한 발짝 더 내딛는 일만큼은, 죽을 때까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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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저의 대답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는 역사가 증명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는지도, 역시 인간이 증명해 왔습니다. 나는 후자 쪽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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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도 사람은 남습니다. 권력은 바뀌어도 이웃은 그대로입니다.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그가 어려운 순간에 짓밟지 않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낮은 곳의 마음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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